100년 편지

두 번째 편지 - 2010년 4월 14일        

100년 편지

이 사람들을 아시나요?  -서해성-


  앞줄에 여섯, 뒷줄에 다섯, 열한 사람이 총을 들고 서 있습니다. 역사책들에서 늘 보던 사진이지요.

   망건을 쓴 이가 다섯, 상투를 튼 이가 둘, 그저 머릿수건을 묶은 이는 셋. 옷섶과 단추, 조끼, 저고리 등 이들은 양풍 겉옷을 입고 있습니다. 왼쪽 세 사람은 먼 길을 나선 듯 등에 바랑을 메고 있군요. 두 줄 단추가 달린 긴 외투를 입은 사내는 표식 없는 군모를 썼는데 사진으로 봐서 단발을 했습니다. 마르고 단호한 그 얼굴은 정면을 응시한 채 입을 약간 벌리고 있습니다. 그래도 입성이 괜찮아 보이는 걸로 봐서 필시 지도자인 듯합니다. 그를 빼고는 모두 헐렁한 바지를 입었습니다. 이들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은 이 땅의 운명을 암시라도 하는 듯 적요합니다.

   머릿수건을 묶은 일곱 사람, 이들은 필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지요. 일본식 머리띠(하키마치)와는 분명히 다른 조선 민중의 머릿수건입니다. 적어도 양반은 아니라는 걸 쉬 짐작할 수 있습니다.

   화기만은 후장식의 신식총기로 보입니다. 탄띠를 찬 이는 둘. 뒷줄에는 얼굴을 아주 감춘 이가 하나, 나머지 둘도 반쯤 보이거나 총에 가려 잘 알아볼 수 없습니다.

   비록 희미할지라도,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.

   이 사람들을 아시나요.

   누군가 사진을 찍기 위해 총을 들라고 했을 것입니다. 영국인 기자가 쓴 “대한제국의 비극”(F.A.메켄지)에 이 사진은 실려 있습니다.

   한말 군대가 해산(1907)된 뒤 의병에 합류한 이들이라고 하지요. 망건을 쓴 건 장가를 갔다는 뜻이니 후손이 있을 줄 압니다.

   이 사람들은 이 사진 말고는 다른 사진을 찍었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. 그 무렵 사진은 특별한 것이었으니까요. 사진을 찍으면 혼을 빼앗아간다지만 이 사진은 혼이 푸르게 살아 오늘도 우리네 가슴을 뻐그러지게 합니다.

   누가 이 땅을 지켰는지 알겠습니다.

   누가 풀 한 포기 없는 남루한 대지에 진달래 곱게 피어나게 했는지 알겠습니다.

   이 사람을 찾습니다.

   대한민국임시정부 100년이 되는 그날까지 기다리겠습니다.

   오늘은 이 사진에 훈장을 달아드리고 싶습니다. 이름 없는 숱한 의병, 독립군 여러분들을 대표한다고 해도 좋습니다.

   오래도록 이 사진 한 장은 우리 모두에게 종이 훈장이었으니까요.

서해성 소설가
100년 편지를 쓰는 사람들


이 사진 한 장

100년 편지는 글로 쓰는 편지와 '이 사진 한 장'이 번갈아 발송됩니다.

새로운 사진도 받아보시겠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사진을 사진 이야기를 통해 또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.

copyright src100년 편지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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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0/05/13 19:41 2010/05/13 19:4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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