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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00년 편지

이백 예순 여섯번째 편지 - 2017년 5월 30일      

100년 편지

소난지도의 영웅들 -강미경-


소난지도의 영웅들

姜笑耳

 

여기 당진군 난지도리 소난지

작은 섬

 

햇살이 쏟아지는구나

바다는 말이 없구나

하늘도 고요한 천둥소리를 삼켰구나

 

보리쌀 한 톨 녹읍으로 받지 않아도

착하고 여린 아비들은 맨손으로 싸웠느니라

한 손에 농사짓던 곡괭이 들고

 

밭 갈던 쟁기도 빼앗기고

동산에 복사꽃마저 빼앗겼다

어린 것 밥 달라고 조르는 울음소리에

아비는

귀를 막고 나라의 울타리 지키러 길 떠났다

면천, 화성, 서산, 홍주에서 아비들 모여들었다

화승총이며 창칼, 몽둥이 들고 모였다

바다 가운데 작은 섬에 몸 숨겨

현해탄을 넘어, 난지도 바다까지 넘어오는 왜적과

싸웠느니라

 

작은 섬이 흔들렸다

놈들의 조총에 우리 아비들은 힘없이 쓰러졌느니라

바다도 휘청거리며 울었다

둠바벌 바닷가에 묻혔던 영웅들은

묵은 쌀 한 톨 받아보지 못했다. 녹읍으로.

바위에 이름 석 자조차 새기지 못했다

- 나, 아무개는 여기 소난지도에서 장렬히 싸우다 죽는다-라고

 

소난지도 의병항쟁 추모 기념탑

어떤 물줄기는 소난지도로 흘러와 섬을 감싸고돌았다

고기잡이 그물에 님들의 시신 건져 올려졌다

어떤 임은 물고기의 밥이 되었다

여러 해 해풍을 이기지 못한 님들의 뼈 바닷가에 나뒹굴었다

바다로 둥둥 떠가던 님은 가던 길 멈추고

섬을 말없이 돌아 의병장의 명령을 기다렸다

- 의병장님, 나 바다로 떠내려가도 이 땅을 지킬 것이유.

- 고요한 아침이 열리면, 여기서 다시 모여 횃불처럼 일어나는 거지유?

 

님들이 의병총, 한 곳에서 잠든 날

바다도 울었다

발 한 짝만 묻힌 아비, 팔 하나만 묻힌 아비도 있었다

 

님들이시여

100년이 지나고

1000년이 지나도

님들의 고운 넋 잊지 않으렵니다

바다 건너

여기 소난지도에 묻히신 영웅들이여

이름 없이 묻히신 아비들이여

 

* 소난지도의 영웅들 : 2006년 8월 15일 SBS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제목이기도 함

* 의병총 : 석문중학교 교직원과 학생, 주민들이 뜻을 모아 바닷가와 나무 밑에 나뒹구는 유골을 수습하여 봉분을 봉축하여 의병총을 만듦

* 2016년 [한국시인 대표작]에도 실렸던 좋은 작품으로 소난지도의 의병들을 기리는 글이다

             강 미 경

· 본명 : 강 미경, 서울 출생

· 월간 「시문학」 신인우수작품상으로 등단

· 한국 시문학 문인회, 한국문인협회, 한국 펜클럽 회원,

   현대시인협회 사무차장

· 시집 : [별의 계단], [철모와 꽃양산](6쇄), [새를 낳는

   사람들]

· 수상 : 시민이 드리는 호국특별상, 한중문학 문화예술상,

   대한민국 문화예술 명인상(시부문) 수상

copyright src 100년 편지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

 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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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7/05/30 12:03 2017/05/30 12:0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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